2011. 8. 31. 10:14ㆍnote
편집자주 팀장은 리더이자 팔로어입니다. 고위경영진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높여야 합니다. 팀장의 리더십 역량은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리더십 연구는 주로 고위경영진에게 국한돼 있었습니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팀장 리더십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코칭 필요 없어요
김 팀장은 말 없이 커피잔을 들었다. 머그컵에 원두커피의 향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통(通)코치는 이번 코칭의 취지와 의미, 코칭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김 팀장은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문을 막았다.
“코치님, 저 바쁘거든요. 다음 달까지 신상품 기획안을 만들려면 2주도 남지 않았어요. 여기서 코치님이랑 한가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습니다.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왔지만 사실 코칭 받을 여유가 없어요. 받은 것으로 할 테니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요?”
“회사에서는 핵심 인재분들을 대상으로 코칭 기회를 부여했지만 필요 없으시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인사팀에 말씀하시면 되고요. 코칭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실 때 다시 신청하시지요.”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아니 그렇다고 코치님께서 바로 그만두자고 하면 제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하시죠. 다만 출장이나 회의로 시간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그러시죠. 핵심인재분들은 일이 많아서 더욱 바쁘신 것 같습니다. 먼저 팀장님께서 코칭 받고 싶은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시죠. 팀장님과 코칭을 하기 전에 팀원 몇 분과 인터뷰를 했으면 합니다. 코칭 주제를 잡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시죠. 참 팀원들은 저를 싫어할 거예요. 매일 일만 시키고 못한다고 닦달하거든요. 그래도 우리 상품기획B팀이 성과는 최고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번 팀 회의 때 제가 참관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할 팀원분들을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꾸지람과 훈계가 반이 넘는 회의
신상품 기획안 팀 회의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30분에 시작했다. 보통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어떤 날은 3시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이날도 12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마지막 발표자는 이 대리였다. 팀 내에서 에이스로 통하는 신상품 기획통이었지만 김 팀장은 질문도 없이 다짜고짜 몰아붙였다. 자신의 대화 스타일인 듯했다.
“이 대리, 그 신차 콘셉트를 아이디어라고 내고 있는 거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70년대 히피 같은 분위기의 차를 만들자고 하는 거야?”
“좀 더 자유롭고 다이내믹하게 꿈을 실현하는 느낌을 가진 차가 앞으로 소형차 구매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꿈을 찾는 게 아니라 딴 차를 찾겠다. 차 모델 이미지가 저게 뭐냐? 고물상 잡동사니 차 같잖아. 요즘 젊은 층은 고급스러운 차를 원한다고 몇 번이나 얘기한 것 같은데. 리서치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있잖아.”
“저도 리서치팀에서 올린 소비자 의견 조사서를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소형차 중에서도 배기량 1000㏄급 차량은 청년들의 자유와 꿈을 반영한 차 디자인이 더욱 어필할 수….”
이 대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 팀장은 쏘아붙였다.
“아, 이 친구 정말 안 되겠네.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아직도 자유와 꿈 타령이야. 그게 아니라고 방금 이야기했잖아.”
일순간 냉기가 돌면서 침묵에 싸였다. 이 대리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모두 말이 없었다. 김 팀장은 수첩을 집어 들며 회의 종료를 알리고 다음주 수요일에 다시 회의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때까지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각오하라는 엄포까지 놓았다.
팀장의 꾸지람을 밥 먹듯이 먹고 살아요
통코치는 김 팀장과의 코칭에 앞서 이 대리와 인터뷰를 했다.
“오늘 팀 회의에 처음 참석했는데 이 대리님의 프레젠테이션 실력이 출중하시더군요. 자료 준비도 알차고 논리적 구성과 차분한 어투가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칭찬은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이 팀에 와서 팀장님에게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야단치지 않으면 칭찬으로 알고 있죠.”
“팀장님께서는 회의나 지시에서 항상 오늘처럼 야단치시는 스타일이신지요?”
“오늘은 그래도 양호한 편입니다. 아마 코치님이 있어서 그럴 겁니다. 평상시는 육두문자가 남발합니다.”
“조직 내에서 팀장님은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죠. 저희를 쥐어짜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올 수가 있겠습니까? 밤 10시 이전에 들어가는 팀원은 아예 없어요. 꿈도 못 꾸죠. 이번에도 다음주 수요일까지 기획안 다시 만들려면 리서치부터 콘셉트까지 모두 다시 해야 하는데 당연히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야겠죠. 일이 힘들어 떠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심하게 일하는 부서로 악명이 높지요.”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닐까요?”
“성취감도 처음 한두 번이죠. 히트 상품 하나 내면 다음날부터 후속 신차 콘셉트 회의 들어가서 쉴 틈이 없습니다.”
이 대리의 얼굴에서 피곤함과 분노가 절절히 베어났다.
대화방식을 바꾸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김 팀장과 통코치의 두 번째 코칭 미팅이 시작됐다. 지난 팀 회의 관찰과 인터뷰를 토대로 코칭주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주 팀원들 인터뷰에서 뭐 좀 좋은 제안이 있었습니까?”
“팀원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팀장님께서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업무 이외의 대화도 좀 했으면 좋겠다. 칭찬도 해줬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팀원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요. 좋은 신차 만들 생각은 안 하고 편하게 지내려는 궁리만 하고 있네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런 이야기 여러 번 들었지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실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정신이 번쩍 들도록 다그쳐야죠.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지고 쉴수록 무뎌지는 법입니다. 닦달하고 쥐어짜야 멋진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편안함 속에서는 탁월한 아이디어가 안 나오죠.”
“물론 팀장님의 말씀에 어느 정도 공감은 갑니다. 그러나 팀장님의 대화 방식을 한 번은 생각해보셨는지요.”
“무슨 뜻인지요?”
“팀 회의를 관찰해보니 팀장님께서는 주로 ‘팀원들이 아직도 내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는 답답함을 피력했습니다. 화도 내셨고요. 그에 대해 팀원들은 입을 다물거나 고개를 떨구고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팀장님의 훈계나 지시가 뒤따랐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답답해 죽겠습니다. 똑같은 말을 몇 번 이야기했는데도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보면 이전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저도 역정을 내지 않고 좋게 말하려고 하는데 잘 안됩니다.”
“많이 답답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팀원들이 알아서 잘해주면 좋은데 쉽지가 않습니다. 혹시 팀장님의 대화 스타일을 조금 바꿔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팀장님의 대화스타일을 분석해보니 야단이나 꾸지람이 40%, 훈계나 지시가 40%를 차지했습니다. 감정 표현을 조금 더 자제하고 질문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만 별 생각 없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하나요?”
“팀장님께서는 팀원들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팀원에 따라 다르겠죠. 믿고 맡길 수 있는 팀원도 있고 그렇지 못한 팀원도 많아요.”
“그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 팀장님께서 회의에서 역정을 내고 꾸짖고 나무라는 것은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이지 않을까요. 지난 팀 회의에서 발표자가 4명 있었는데 모두 야단을 치셨습니다. 이런 꾸지람이나 질책이 팀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야 좀 움직이지 그렇지 않으면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질책이나 꾸지람이 잘됐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들이 팀장님의 야단이나 질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하는 점입니다.”
“저도 가끔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바꾸고 싶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실적은 내야 하는데 마음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팀원들을 보면 답답하고요.”
“팀원들에 대한 피드백 방식을 바꾸는 것을 팀장님의 코칭 주제로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습니다. 팀원들에게 좀 더 효과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다면 배우고 싶습니다.”
꾸짖을 때 인정이나 칭찬도 함께 하세요
사람은 누구나 꾸중이나 야단 맞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꾸짖는 사람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감정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꾸짖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꾸짖을 때일수록 감정의 균형(Balance)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으로 꾸짖기 위해서는 꾸짖는 목적을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의 행동을 교정시키기 위해서인지, 행동이나 행위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꾸지람은 대체로 행동이나 행위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그러나 꾸지람은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교정의 성격을 가질 때만이 효과적일 수 있다. 효과적으로 꾸짖는 사람이야말로 설득의 달인이다. 부하사원을 효과적으로 꾸짖는 4단계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 상대방의 강점이나 잠재력을 인정하거나 칭찬한다. 어떤 사람은 꾸짖을 때 소리가 높아지고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진다. 반면 어떤 사람은 차분하면서도 조용히 이야기하는데도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다. 설득의 달인일수록 화가 날 때도 침착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적 동요를 막고 잠재능력을 먼저 일깨운다.
둘째, 사실과 근거에 의거해서 꾸짖어야 한다. 꾸짖을 때 감정적 판단이나 선입견으로 하는 경향이 많은데 감정과 선입견이 개입되는 순간 상대방의 마음에는 빗장이 걸린다.
셋째, 상대방이 사실이나 근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해야 한다. 꾸지람이 일방적인 호통이 되지 않으려면 꾸중 받는 사람의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꾸지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해는 없는지 파악할 수 있다. 상대방이 취하는 태도를 통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핑계를 대거나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도망갈 궁리만 할 경우에는 따끔한 말이나 야단이 필요하다. 단, 상대방의 수용태도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상대방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꾸짖는 가운데 대안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질문과 대화를 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도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인 꾸짖기 방법이다.
또 효과적으로 꾸짖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태도와 잠재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상대방의 태도가 수용적인가, 거부적인가 하는 점이다. 상대방이 꾸짖는 것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앞서 인정이나 칭찬이 중요하다. 그러나 꾸짖는 사실이나 근거를 거부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꾸짖어야 한다. 한 가지 방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잠재능력은 원하는 결과나 행동의 변화를 어느 정도 수위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배려이다. 상대방의 능력에 따라 꾸짖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먼저 잠재능력도 높고 태도도 수용적일 경우에는 인정이 중요하다. 인정과 칭찬이 다른 것은 인정은 당사자의 존재(Being) 자체에 대한 피드백이고 칭찬은 당사자의 행동이나 행위(Behavior)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다. 칭찬을 할 때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날 때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인정은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실패했을 때도 중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다. 탁월한 리더는 팀원이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 팀원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이후에 성공 기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잠재능력은 낮지만 태도가 수용적일 때는 꾸지람의 초점을 격려에 둬야 한다. 격려가 긍정적 피드백이고 꾸지람은 부정적 피드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꾸짖는 것도 격려의 방식으로 활용하면 상대방의 수용력을 높일 수 있다. 소리치고 야단치는 것만이 꾸짖는 것이 아니다. 조용하지만 상대방을 감화시킬 수 있는 꾸중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잠재능력은 높지만 태도가 거부적인 경우에는 직면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실 이럴 때가 꾸짖는 사람도 가장 힘든 경우다. 잠재능력은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거나 고집을 부릴 경우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을 때가 많다. 결국은 소리가 높아지거나 서로의 감정이 상할 때가 많다. 직면(대면, Confrontation)에 대해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셉 그레니는 <결정적 순간의 대면>에서 “상대방의 면전에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면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들과 이론들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꾸짖으려는 사람의 진정성이다. 사람은 대화할 때 대화의 내용보다는 상대방의 의도를 살핀다. 상대방의 의도가 선할 경우는 수용적 태도를 취하지만 상대방의 의도가 선하지 않을 때는 대화의 내용이 아무리 옳더라도 거부한다. 직면뿐만 아니라 부하를 꾸짖을 경우에는 이 꾸지람이 진정으로 부하를 위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자.
잠재능력이 낮고 태도도 거부적일 때는 상대방의 행동을 교정시켜야 한다는 강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부분 실패한다. 계약관계로 이뤄진 기업 조직에서 개선(교정)적 피드백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도 고려해야겠지만 성공의 잠재력이 보일 경우에는 리더가 부하의 성장을 위해 교정의 노력을 해야 한다.
개선적 피드백은 상대방의 행동이나 행위의 개선을 목적으로 의도적인 개입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개선적 피드백이 통하려면 상대방이 이 목적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꾸지람에 대해 거부적 반응을 보이는데 개선이나 교정의 목적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는 꾸짖는 것을 멈추고 감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진 후 차후에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선적 피드백은 직면 이후의 단계에서 고려할 수도 있다.
꾸짖기를 잘하지 못하고서는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솔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사항이 중첩된 조직에서 리더는 부하에 대한 효과적인 꾸짖기 스킬을 터득해야 한다. 일선 현장에서 리더가 제대로 꾸짖지 못한다면 리더로서의 자격은 실추될 수밖에 없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 bizpartner@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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